연구실 책상 위의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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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 대학원생의 책상을 발굴한다면, 그 사람의 연구 생활을 꽤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니터

모니터가 두 개다. 하나에는 코드, 하나에는 논문이 떠 있다. 가끔은 하나에 코드, 하나에 유튜브가 있기도 하지만, 그건 비밀이다.

포스트잇

모니터 테두리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실험 조건 확인”, “TODO: figure 수정”, “교수님 미팅 화요일 3시”. 포스트잇의 색이 바래져 있으면 오래된 할 일이라는 뜻이다.

논문 더미

프린트한 논문이 쌓여 있다. 위에 있는 것일수록 최근에 읽은 거다. 맨 아래에 있는 논문은 언제 프린트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버리기는 아깝다.

텀블러와 컵

텀블러가 하나 있고, 종이컵이 두세 개 있다. 텀블러를 씻기 귀찮아서 종이컵을 쓰다가, 환경 생각에 다시 텀블러를 쓰다가, 반복.

충전기

충전기가 최소 두 개다. 노트북 충전기, 핸드폰 충전기. 가끔 태블릿 충전기도 있다. 콘센트가 항상 부족하다.

간식

서랍 어딘가에 과자나 초콜릿이 있다. 연구가 안 풀릴 때의 비상식량이다.

결론

책상은 거짓말을 안 한다. 깔끔한 책상은 방금 정리했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요즘 바쁘지 않다는 뜻이다. 지저분한 책상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증거다.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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