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공학자의 여행법: 건물만 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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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공학을 공부한 뒤로 여행이 좀 달라졌다. 관광지에 가도 풍경보다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리를 건널 때

다리를 그냥 건너지 못한다. “이건 거더교네”, “사장교 케이블 배치가 독특하다”, “교각 간격이 꽤 넓은데 어떻게 설계했을까” 같은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

같이 간 사람이 “뷰 좋다” 할 때, 나는 “저 난간 높이 규정에 맞나” 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 앞에서

유럽 같은 데 가면 수백 년 된 건물이 많다. 이걸 보면 “저 시대에 어떻게 이런 구조를 만들었지?”라는 존경심이 든다. 현대적인 해석 도구 없이 경험과 직관만으로 지은 건물이 아직도 서 있다는 게 대단하다.

공사 현장을 지나칠 때

크레인이 보이면 무조건 쳐다본다. 어떤 공법을 쓰는지, 거푸집은 어떻게 세웠는지, 철근 배근은 어떤 패턴인지. 공사 현장은 구조공학의 라이브 수업 같은 거다.

지하철에서

지하철역의 기둥과 보를 보면서 단면 크기를 추정해본다. “저건 600x600 정도 되려나” 같은 쓸데없는 생각. 아무도 관심 없는 걸 혼자 관찰하고 있는 모습이 좀 웃기긴 하다.

직업병

이건 확실한 직업병이다. 하지만 나쁜 직업병은 아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하나 더 생긴 거니까. 어디를 가든 배울 게 있다는 건 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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