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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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1987년에 태어난 아파트입니다.
올해로 서른아홉 살이네요. 사람으로 치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솔직히 요즘 여기저기 좀 아픕니다.
어릴 때는 튼튼했어요
태어났을 때는 정말 단단했습니다. 콘크리트도 싱싱했고, 철근도 반짝반짝했고, 방수도 완벽했죠. 입주자분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 “와, 새 집 냄새”라고 하던 게 기억납니다.
요즘은 좀 삐걱거려요
10년 전쯤부터 외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면 옥상 어딘가에서 물이 새고, 지하 주차장 천장은 하얗게 석회가 맺히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 아니 엔지니어분 말로는 “탄산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철근이 좀 녹슬고 있대요. 아프다고 말하고 싶은데, 저는 말을 못 하니까 균열로 신호를 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부탁이 있어요
가끔 점검하러 오는 분들이 있는데, 좀 더 자주 와주시면 좋겠어요. 아프다는 신호를 일찍 잡아주면 큰 수술 안 해도 되거든요.
그리고 요즘 AI로 건물 상태를 자동으로 진단하는 연구를 하는 분들이 있다던데, 좀 빨리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처럼 말 못 하는 건물들이 많거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무너질 생각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