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연구실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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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의 연구실은 낮과 분위기가 다르다. 낮에는 사람이 많고, 전화가 오고, 세미나가 있고, 잡담이 있다. 밤에는 그런 게 다 사라진다.
남아있는 사람들
이 시간에 연구실에 있는 사람은 보통 두 부류다. 마감이 코앞인 사람, 아니면 뭔가에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
마감 조인 사람은 표정이 심각하다. 키보드를 빠르게 치다가, 멈추고,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다시 친다. 말을 걸면 안 된다.
몰입한 사람은 오히려 평화로워 보인다. 헤드폰을 끼고, 코드를 짜거나 논문을 쓰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야식의 시간
누군가 “배달 시킬 사람?” 하고 물으면, 존재를 숨기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다. 야식은 밤 연구실의 사교 시간이다. 치킨이 오면 잠시 노트북을 덮고 같이 먹는다.
이때 나누는 이야기가 의외로 깊다. 연구 고민, 진로 걱정, 가끔은 인생 이야기까지. 낮에는 안 하는 대화가 밤에는 나온다.
새벽의 고요
자정이 넘으면 한두 명만 남는다. 연구실이 거의 나만의 공간이 된다. 이때의 집중력은 낮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방해 요소가 없으니까.
다만 이 시간에 생산적이었다고 해서 건강한 건 아니다. 내일 아침에 후회할 확률이 높다.
귀갓길
밤 연구실을 나서면 캠퍼스가 조용하다. 가로등 아래를 걸으면서 오늘 한 일을 돌아본다. 피곤하지만, 뭔가 한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
내일 또 오겠지.